
-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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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영국 ‘ENLIGHTENED ECONOMIST’ 선정 2018년 최고의 경제학 서적!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 출신 카우식 바수의 국내 최초 번역서!
준법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공정한 사회를 향한 깊이 있는 법경제학적 통찰
이 책은 2018년 영국 ‘ENLIGHTENED ECONOMIST’가 최고의 경제학 서적으로 선정한 법경제학 분야의 학술서로,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한 세계적 권위의 경제 전문가이자 코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카우식 바수의 국내 최초 번역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지배하는 주류 경제 메커니즘에 대한 도발적 대안’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책은 법경제학이라는 융합 학문분과를 다룬다. 법경제학은 경제학의 시선으로 법에, 또 법학의 시선으로 경제에 접근하는 학문으로, 저자는 법과 경제가 교차하는 이 지점이야말로 사회과학의 매우 성공적인 다학제적 연구 분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 이 분야가 한 가지 큰 근본적인 오류, 즉 ‘모든 평범한 시민은 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며, 경찰이나 판사, 정치인과 같은 법 집행자는 마치 로봇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법을 집행하는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실제 법 집행의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져 왔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경제학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4장에서는 경제와 실제 법 집행이 관계 맺는 방식에 천착하여 사회규범과 법이 어떤 원리로 연결되는지를 보인다. 시민뿐 아니라 법 집행자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임을 전제하며, 이러한 전제가 배제된 것이 전통적인 신고전주의 법경제학에 내재해온 심각한 방법론적 결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대안으로 현대 게임이론에 뿌리를 둔 새로운 법경제학 패러다임인 ‘초점접근법’을 제시한다. 후반부인 5~8장에서는 법이 여러 가능한 결과 중 어떻게 더 나은 결과를 선택해 ‘초점’으로 부각시키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떻게 인간의 믿음과 행동을 바꾸는지, 그것이 전 세계와 인류의 삶에 어떤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우리에게 법의 작동 이유를 이해하게 하고, 더 효과적인 법을 제정하게 하며, 나아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한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권력이나 위력보다도 평범한 다수의 사람이 지닌 믿음이며, 이 믿음을 바꿔야만 사회를 지배하는 게임의 기제를 바꾸고 그 결과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초점접근법의 사례로서,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가망 없는 실패 사례로 치부되었던 저소득 국가 한국이 오늘날 이처럼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낸 모습을 북한의 현재와 비교하며 소개한다. 같은 민족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던 남한과 북한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완전히 다른 행보를 취하며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극명히 대립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두 나라 사이에 생겨난 이처럼 거대한 격차는 단순히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무역 및 산업 정책, 재정 적자, 통화 개입 등의 차이에만 주목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짚는다. 즉 사람들 사이의 믿음의 결속이 결국은 남북의 사회적 결과를 매우 달라지게 만든 근본 요소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믿음의 공화국(The Republic of Beliefs)’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주장이다.
국제경제학회 회장과 인도 정부 경제수석고문을 역임하고, 세계적인 권위의 훔볼트상을 수상하며 학계와 현장에서 해박한 경험을 쌓아온 저자의 탁월한 법경제학적 통찰이 이 책에 집약되어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으로 최종적인 답을 제공하기보다는, 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문법과도 같은 분석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조망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법경제학에 대한 논쟁을 마감하는 책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효과적인 법과 법 집행 전략을 수립하고 확장ㆍ심화된 연구의 추진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법경제학의 창을 여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법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의 법과 사회가 더 정의롭고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 굳건한 믿음의 공화국을 실현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책에 대한 찬사
사회의 운용 원리는 게임과 같으며, 법은 그 게임의 규칙을 제시한다. 이 책은 게임으로서의 사회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법경제학을 향한 새로운 접근법을 유쾌하고도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 허버트 긴티스Herbert Gintis (미국 경제학자, 『진화하는 게임이론Game Theory Evolving』 저자)
경제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관대하고도 명쾌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게임이론에 대한 깊은 만족감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에릭 포즈너Eric Posner (미국 법학자, 『래디컬 마켓Radical Markets』 저자)
카우식 바수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 초점을 맞춰, 왜 우리가 법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이론가와 실무자 모두에게 중요한 공헌이 될 것이다.
-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정보ㆍ규제사무국 관리자)
이 책은 내가 긴 시간 숙고해온 경제정책의 문제, 즉 정책 입안자들이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듯 구는 문제에 대해 다룬다. 공공정책을 바라보는 이 책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관점들이 이토록 시의적절할 수 없다.
- 다이앤 코일Diane Coyle (케임브리지대학교 공공정책학 교수, 베넷공공정책연구소 소장)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바수가 그 특유의 억양과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애정을 담아 내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아리엘 루빈스타인Ariel Rubinstein (텔아비브대학교 경제학 교수, 『게임이론의 과정A Course in Game Theory』 저자)
▣ 책 내용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인 1~4장에서는 법경제학의 표준 모델, 그리고 그것이 지닌 문제와 불일치에 대해 설명하며, 게임이론을 소개한 후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킨다. 먼저 1장에서는 법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개괄하고, 2장에서는 ‘단일균형’ 상황에서 시민 두 명을 전제하여 이들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모델을 소개하며 벌금이라는 법적 개입을 설정한다. 3장에서는 기존 모델을 포괄하면서 법 집행자인 경찰까지 포함해 세 명으로 확장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다중균형’ 상황을 논한다. 이어 4장에서는 ‘순차게임’에 기반해 경찰의 상위 행정기관까지 포함하는 네 명으로 더욱 확장한 모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토머스 셸링에 의해 발전된 ‘초점’ 개념을 근간으로, 셸링 버전의 게임이론식 법경제학인 ‘초점접근 법경제학’을 이야기한다. 즉 다중균형 상황에서 법은 더 나은 균형을 초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고, 그 결과가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사회 전반에 심어줌으로써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형성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초신뢰’로 연결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선한 결과를 야기할 때 비로소 그 법은 살아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인 5~8장에서는 전반부에서 설명한 다중균형 개념과 초점 개념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제적인 주제를 소개한다. 먼저 5장에서는 그간 관행으로 여겨져 온 사회규범들도 깊게 들어가 보면 결국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들의 믿음과 균형 반응이 그러한 규범들의 기저에서 작동해온 것이었음을 시간 엄수, 차별, 아동노동 등 새로운 법경제학 접근법의 다양한 응용 사례를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6~8장에서는 초점접근법이 다양한 실생활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6장에서는 권력, 독재, 사회적 억압, 표현의 자유, 부정부패 등과 같이 주류 경제학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북한의 경우를 포함해 여러 예시와 함께 다루고, 7장과 8장에서는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 행동경제학적 초점접근법, 정당성, 무작위 통제실험을 포함한 통계기법의 해석과 관련된 윤리적 어려움과 한계,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직관의 중요성,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국제기구의 역할과 세계헌법 제정 가능성 등의 주제를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수많은 사례를 곁들여서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 책 속에서
⚫ 63-64쪽 | 어느 모자 장수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던 길에 졸음이 왔다. 그래서 그는 잠시 나무 그늘에 모자 꾸러미를 내려놓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황당하게도 모자가 다 사라진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원숭이들이 나무 꼭대기 위로 모자 꾸러미를 가져가 버린 터였고, 모자는 모두 원숭이들의 머리에 씌워져 있었다. 다급해진 모자 장수는 자기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위로 던졌고, 모자는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듯이 원숭이는 따라하기의 명수이다. 이내 모든 원숭이가 모자를 위로 던졌고 모자들은 모두 땅으로 떨어졌다. 모자 장수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그는 떨어진 모자들을 챙겨 다시 길을 떠났다.
40년 후, 할아버지를 따라 모자 장수가 된 그의 손자가 모자 꾸러미를 가지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던 길에 졸음이 왔다. 그래서 그는 잠시 꾸러미를 내려놓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나무 위 원숭이들의 머리에 모자가 모두 씌워져 있었다. 그는 다급해졌다. 이제 어쩌지? 그러다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거다 싶어 그는 자기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졌고, 이내 모자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 원숭이 한 마리가 어기적 내려오더니 모자 장수가 던진 모자를 주워들고는 야무지게 팔 아래께에 끼웠다. 모자 장수에게로 걸어온 원숭이가 그를 찰싹 때리더니 말했다. “할아버지는 너만 있는 줄 아니?”
이 이야기의 교훈은 게임이론적 사고의 핵심이다. 전략을 선택할 때는 상대가 합리적임을 인지하라. 정부의 많은 복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사람도 나름의 욕망과 욕구를 지닌 행위자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것이 설계되기 때문이다.
⚫ 169-175쪽 | 차별의 문제에서 우리는 그것이 타고난 편견인지, 아니면 인종이나 성별, 카스트와 상관관계가 있는 특정 부분이 키메라 같은 편견을 창조해낸 것인지 늘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흑인보다 백인을 더 많이 고용하는 고용주가 있다고 할 때, 이는 실제 그의 백인 선호 경향에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박사학위 소지자가 필요했는데 자격을 갖춘 이 중 백인 지원자가 더 많았기 때문일까?
(…) 누군가의 이름은 단순히 인종적 선호를 넘어서는 중요성을 획득한다. ‘에밀리’(흔한 백인이름)에게 일을 맡기면 우리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신뢰를 더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라키샤’(흔한 흑인 이름)보다 에밀리를 고용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영업부서, 구매처, 운송부서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자기실현적이게 된다(즉 생각한 대로 된다). 하나의 업무가 다른 업무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보완성’을 띠는 일이 수행되는 노동시장에서 백인의 이름을 보고 느껴질 만한 인종적 편견은 초점의 역할을 한다.
(…) 따라서 우리가 라키샤보다 에밀리에게 우호적인 이유는 흑인보다 백인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백인을 고용하게 되면 나 역시 사업가로서 집단의 범위를 좁혀 백인을 고용하는 것이 시장의 상호 보완성 측면에서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길이기에 그러하다. 여기서 중요한 함의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 없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는 대중적인 견해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차별은 자유시장에서 비롯된다. 차별을 멈추려면 규제를 해야 하고, 의식 있는 ‘약자 우대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책에 찬성할 때에는 약자 우대정책을 따른다고 해서 자신의 몫이 깎이지는 않는다는, 흔히 듣게 되는 ‘정치적으로 그럴듯한’ 언사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 진실은 약자 우대조치로 인해 실제로 자기 몫의 보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호소는 그러해야 하며, 설사 자신의 몫이 줄더라도 인생에서는 본연의 도덕적 선을 위해 힘써야 하는 일이 있다. 약자 우대정책이 그중 하나이다.
⚫ 114-115쪽 | 오늘날에는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가난한 나라가 과거 점령국이었던 선진국으로부터 법과 규정을 들여오는 등의 방식으로 근대화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경우 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진화와 관습을 통해 굳어진 기존의 초점과 경쟁한다. 이때 기존의 규범을 밀어내기란 쉽지 않다. 쉽기는커녕, 많은 경우에 이러한 법은 오래된 초점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초점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므로 더더욱 쉽지 않아진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의 법이 모든 사람에게서 예사롭게 무시당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일부 식민지 통치자가 이 점을 직관적으로 간파했는가에 대한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워런 해스팅스는 벵골 통치기인 1772~1781년 인도에 근대법을 도입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 해스팅스는 ‘토착민의 종교 규범을 이해하고 재구성하여 유지하는 것’을 과업으로 삼았다. 곧 그는 ‘완전히 새로운 질서도, 완전히 전통적인 질서도 시도하지 않는 법체제’를 시행했다. 이 전환에 힌두교 성직자와 이슬람교 율법학자를 끌어들이려 했던 노력은 해스팅스가 전략적으로 사고했고, 전통의 대전환이 초래할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를 고귀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무굴제국 ‘나와브(nawab)’(지역을 다스리는 대관 또는 지방장관) 법정의 세무 담당이었던 난다쿠마르가 해스팅스를 뇌물죄로 기소하자, 대법원 법관은 난다쿠마르가 죄를 허위로 꾸며냈다며 이 사건을 돌려보내고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형은 1775년 8월 5일에 집행되었다. 대법관은 해스팅스의 친구였다.
⚫ 214-217쪽 | 독재자가 떠받들어지고 압제를 행사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적으로 시민들이 서로 배척당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누군가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능력이 없어도 된다. (…) 따라서 본질적으로는 파시즘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으며, 1950년대에 초에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미국에서 일련의 ‘빨갱이 사냥’을 벌였던 일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다. (…) 매카시는 “제가 판단하기에, 가장 중요한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무부가 완전히 공산주의자 천지가 되었습니다. 당원증을 소지한 공산당원이거나 공산당에 충성하는 게 틀림없는 57인의 명단이 지금 제 손에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단 누군가에게 공산주의자 혹은 ‘비미국인(un-American)’의 혐의가 씌워지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누구에게든 즉시 공산주의자 혹은 비미국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던 시대였다. 따라서 이로써 모독과 마녀사냥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 매카시즘의 종식에 큰 역할을 했던 대법관 윌리엄 더글러스는 1952년 1월 13일자 『뉴욕타임스』(37-38면)에 이렇게 썼다. “한때 우리는 서로를 믿었다. 이제 우리는 의심한다. 무고한 행동이 명백한 배신의 징표가 된다. (…) 그간 관습적으로 따라온 개념만이 안전한 것이라는 믿음이 안착할 때까지 의심은 자란다. 정통이 아닌 자는 의심을 받는다.”
(…) 흥미로운 점은, 바로 법이 바뀌어서 매카시즘이 촉발된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바뀐 것은 다만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예상하는가’라는 그 사회의 초점이었다. 매카시가 이 변화를 촉발하는 역할은 했겠지만, 일단 시작된 뒤로 채찍을 휘두른 것은 그가 아니었다. 변화에 힘을 실은 것은 사람들 사이의 두려움이었고, 그러한 변화를 거스르기에 개개인은 무력했다. 매카시의 역할은 단지 초점을 바꾼 것뿐이다.
⚫ 308-309쪽 | 국가의 권력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지니고 있는 믿음의 산물이고, 또 그러한 믿음에 대한 믿음의 산물이며, 그런 등등으로 이어진다. (…) 경제학 및 법학 문헌에 너무나 많이 스며 있는 전제, 즉 법은 국가를 넘어서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전제는 틀렸다. 초점접근 법경제학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자신이 법을 어겼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리라는 예상 때문에 법을 따르며, 다른 사람들도 그들 자신이 법을 어겼을 때 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리라는 예상 때문에 법을 따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적절한 관행과 신뢰가 자리 잡힌다면 국가 단위에서처럼 전 세계적 단위에서도 법치가 이뤄질 수 있다.
(…) 국가 단위에서 전 세계적인 단위로 나아가는 데에는 엄청난 난관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 함께 자기강제력을 띤 합의점에 집중한다면 그 난관은 불가항력적이지 않다. 대부분이 아직 개척되지 않았으나 이를 통해 펼쳐질 영역은 광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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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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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카우식 바수 Kaushik Basu
카우식 바수는 코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다. 인도 델리의 세인트스테판칼리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학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을 사사하여 경제학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도 정부의 경제수석고문과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2008년에는 인도의 시민훈장인 파드마부샨을, 2021년에는 그간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의 훔볼트상을 수상했다. 바수는 개발경제, 산업조직, 게임이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는데, 특히 최근 저작인 『믿음의 공화국The Republic of Beliefs』은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중국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kaushikbasu.org/이다.
엮은이 : 오진환 감수
오진환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코넬대학교에서 이 책의 저자인 카우식 바수를 사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국제대학교IUJ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는 주로 개발협력, 국제무역론, 미시경제학 등을 강의하고,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 및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학 연계전공 주임으로서 교수인솔 해외학습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왕립프놈펜대학교 캄보디아개발연구원 운영을 맡은 바 있다.
옮긴이 : 박연진
박연진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순례자들』, 『스턴맨』, 『미디에이티드』(공역) 등의 책과 연극 <쉬반의 신발>, <아가사의 여행>을 번역했다. 번역공동체에서 활동했고, 대학원에서 번역을 가르쳤다. 역자로서는 담백한 번역을, 독자로서는 유려한 번역을 지향한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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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감수자의 글
여는 글
1장. 왜 법경제학인가
1. 법경제학의 기원
2. 법경제학의 부상
3. 법집행기구와 집행 주체
4. 법경제학의 어젠더
2장. 법경제학의 간략한 역사
1. 법과 법시행 사례
2. 전통적인 법경제학
3. 게임이론
4. ‘종이 위의 잉크’ 비판과 신고전주의의 오류
3장. 초점접근 법경제학
1. 현저히 부각되는 ‘믿음’
2. 초점과 균형
3. 초점을 만드는 법
4. 법시행의 실제
5. 제한된 구획으로서의 초점
4장. 선점우위 효과
1. 전개형 게임과 법
2. 부분게임 완전성에 관한 또 다른 기법
3. 빈말과 돈 태우기로서의 법
4. 현실게임과 부활의 규칙
5장. 사회규범과 법
1. 규범과 법, 그리고 믿음
2. 시간엄수에 관한 사회규범 및 다중균형
3. 초점으로서의 차별
4. 아동노동과 법
5. 시민, 공무수행자, 권한행사자 게임
6장. 정치와 부정부패, 그리고 법
1. 지배구조와 법이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
2. 권력과 억압이 초래하는 정치 현상: 독재, 매카시즘, 마녀사냥
3. 법과 무관한 표현의 자유
4. 부정부패라는 골칫거리
7장. 합리성과 정당성, 그리고 법
1. 합리성을 넘어서
2. 여행자의 딜레마와 합리성의 의미
3. 행동경제학적 초점접근법
4. 이익, 반발심, 그리고 정당성
8장. 되짚어보기: 법경제학이 나아갈 길
1. 우리의 앞에 놓인 길
2. 통계 정보와 도덕성
3. 노아의 방주 비판
4. 세계헌법 서문
5. 맺음말: 법경제학의 가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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