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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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극에 있어서 무대와 무대 밖의 길항작용을 시대별로 천착하여,
그 시대 연극을 관통하는 연극성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다.
무대 예술인 연극에 관한 책에서 무대 밖을 주제로 내세우는 것은 역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극의 무대는 무대 아닌 것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곤 한다. 이런 까닭에 무대 밖의 위상에 대한 연구는 바르트의 말대로 “글쓰기에 담긴 연극성의 맹아”를 포착할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 연극사에서 무대 밖의 위상 변화가 쟁점이 된 시점들을 포착하여, 각 논쟁의 연극사적 연원과 연극 미학적 의미를 규명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의미를 르네상스 이후 발흥한 인본주의, 18세기의 계몽주의, 19세기의 낭만주의, 그리고 20세기의 현상학과 연관시켜서 이념적ㆍ사상적 배경을 고찰하고자 한다.
현대 추상 회화를 선도한 클레가 예술이란 보이는 것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본 듯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연극 예술도 태생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착한 예술이 아니었고, 보이지 않는 무대 밖을 지향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연극의 기원을 연 고대 그리스 연극의 무대는 현실을 재현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의 현현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이 책을 통해 무대 예술이라 일컬음을 받는 연극에서 무대 밖을 논하고자 하는 역설적인 시도를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무대 밖은 무대의 그림자 취급을 받아왔고, 무대 밖에 관한 논의도 무대에 관한 논의에 묻혀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 없는 빛은 없다. 무대 위주로 된 연극의 역사를 ‘음화’로 만들어 재해석을 시도한 이 책이 연극의 의미작용을 총체적으로 밝히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내용
이 책은 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선 무대 밖을 읽는 이론적 정지 작업을 고고학적 읽기와 기호학적 읽기를 병행해 시도한다. 1장 ‘무대 밖의 고고학’에서는 프랑스 연극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 연극의 무대 밖을 탐구함으로써 기원의 연극이 남긴 메타 연극성이 현대 연극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존속하는지를 밝힌다.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재현 행위는 관객들의 집단적인 정신 상태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이 반영된 것이고, 그 결과 재현된 무대는 이러한 인식의 틀로 재구성된 현실의 은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2장 ‘무대 밖의 기호학’에서는 연극적 글쓰기가 어떻게 보이는 것과 감춰진 것의 경계를 획정하면서 무대와 무대 밖을 구분하는 기호화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고찰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인 프랑스 연극의 무대 밖 연구가 진행되는데, 2부에서는 17세기 고전주의 시대를 다루고, 3부에서는 18세기부터 20세기에 걸친 시기를 다룬다. 3장에서는 코르네유의 ‘『르 시드』 논쟁’을 통해 고전극 미학이 정립되는 과정 가운데 무대 밖의 위상을 탐구하면서, 고전극의 무대와 무대 밖이 어떻게 삼단일의 규칙과 ‘사실임직함’의 규칙을 통해 규정되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4장에서는 『아내들의 학교』에 대한 논쟁과 『인간혐오자』에 대한 논쟁을 통해 몰리에르의 희극에 나타나는 무대 밖의 양상을 고찰하고, 5장에서는 고전 비극의 완성자로 일컬어지는 라신의 무대 밖에 관한 논쟁을 바르트를 위시한 20세기 신비평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18세기 이후 프랑스 연극사에서 볼 수 있는 무대 밖의 위상 변화는 고전극이 획정한 무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6장에서는 계몽주의자 디드로가 고전극의 미학에 반대하며 주창한 부르주아 드라마론이 제기한 논쟁을 통해 무대 밖에 부여된 위상 변화를 탐색한다. 18세기 근대적 사고의 핵심이 자연에 대한 계산 가능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라고 할 때, 무대를 물리적 공간으로 관객에게 제시하기 시작한 18세기 중반 드라마 장르의 무대와 무대 밖을 분석하여, 근대적인 공간의 구조가 어떻게 연극에 반영되었는지를 세심하게 분석한다. 이어 7장에서는 부르주아의 근대적 세계관과 비판적 거리를 두는 낭만주의자들의 세계관이 만들어낸 무대 밖을 뮈세의 드라마를 통해 고찰한다. 인간 세상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상상과 꿈의 세계까지 총체적으로 그리고자 한 낭만주의 드라마는 기존의 무대로는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뮈세는 당대의 상연 조건을 무시한 읽기 위한 희곡에 전념하여 당시 무대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글쓰기를 선보였는데, 바로 이 점이 20세기의 연출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된 실험적 시도였음을 확인해본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20세기의 무대 혁명이 가져온 파장을 고찰한 후에, 20세기 후반 프랑스 연극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콜테스의 연극에 나타난 무대 밖의 위상 변화를 살펴본다. 콜테스는 20세기 무대의 혁신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고전극 다시쓰기를 시도한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의 현대적 비극을 통해 고전극의 유산이 어떻게 계승되고 극복되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프랑스 연극의 무대 밖의 위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며 마무리한다.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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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도훈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프랑스 연극에 대한 기호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퀘벡 영화의 클리셰』,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 무엇을 할 것인가』(공저), 『변혁의 시대의 문학』(공저)이 있고, 역서로 『세기아의 고백』, 『마리안의 변덕』, 『시나리오』, 『몰리에르 희곡선』(공역) 등이 있다.
-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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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무대 밖 읽기
1장 무대 밖의 고고학
고대 그리스 연극
로마 연극
중세 연극
바로크 연극
르네상스 연극
2장 무대 밖의 기호학
미메시스와 디에게시스
은유와 환유
2부 17세기 고전극의 무대 밖
3장 코르네유와 『르 시드』 논쟁
서양 연극에서 프랑스 연극으로
삼단일의 규칙
『르 시드』 논쟁
코르네유의 상상의 무대 밖
4장 몰리에르와 희극의 무대 밖
『아내들의 학교』 논쟁
『아내들의 학교』에서 개방과 폐쇄의 변증법
루소와 『인간혐오자』 논쟁
『인간혐오자』의 궁전과 법정 그리고 광야
5장 라신과 비극의 무대 밖
문제적 작가 라신
신비평 논쟁과 라신
『바자제』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무대 밖
3부 고전극에서 현대극으로
6장 디드로와 18세기 부르주아 드라마의 무대 밖
디드로와 부르주아 드라마 논쟁
회화에서 연극으로
유토피아의 무대 밖
7장 뮈세와 19세기 낭만주의 드라마의 무대 밖
낭만주의 드라마 논쟁과 뮈세의 ‘안락의자에서 보는 연극’
『마리안의 변덕』에서 등ㆍ퇴장의 역동성
『로렌자치오』에서 카니발의 무대와 역사의 무대 밖
8장 콜테스와 20세기 현대 연극의 무대 밖
20세기 무대 혁명과 콜테스의 고전극 다시쓰기
『서쪽 부두』와 비장소
『사막으로의 귀환』의 헤테로토피아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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